▲ 신창열 관광학박사/한국웰빙문화관광협회장 ©브레이크뉴스 하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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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3일 ‘제3회 상주자전거축제’의 마지막 날 행사인 ‘MBC 가요콘서트’를 보기 위해 시민운동장으로 입장하던 관람객이 일시에 몰리면서 연쇄적으로 넘어지고 깔리는 사고로 인해 사망 11명, 부상 162명의 대참사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유사한 사고 예방을 위하여 「공연·행사장 안전매뉴얼」을 최초로 개발했다. 이어 2009년 ‘창녕 화왕산 억새태우기축제’에서 화재 사고로 인하여 6명이 사망하고 60명의 부상자가 발생함에 따라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을 마련하고 민간개최 축제까지 적용하면서 재난 방지의 범위를 확대하였다. 게다가 2013년 지역축제의 안전관리 대책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지역축제 안전관리 조항’까지 추가했다.
하지만 2011년 10월 17일 ‘제1회 판교테크노벨리축제’의 야외 공연장에서 가수 축하공연이 진행되는 도중, 인근 지하 주차장의 환풍구 덮개 위에서 공연을 보던 관객들이 20m 아래로 추락하는 환풍구 붕괴사고로 사망 16명, 부상 11명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공연법을 개정하여 ‘공연장 외의 장소에서 관람객 1천 명 이상’이 관람하는 경우, ‘공연 비용 1% 이상을 안전 관리비’로 책정하고 ‘안전 총괄책임자 1명과 안전 관리담당자 1명’ 이상으로 구성되는 안전관리 조직을 설치하며, 2년마다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규정을 강화하였다. 계속해서 발생하는 대형 사고들은 법과 규정을 개선토록 만들었고 특히 다양한 분야의 「안전관리 매뉴얼」을 개발하고 보급하면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데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이처럼 정부는 행사나 공연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관리하기 위하여 법 규정과 매뉴얼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개선해 왔지만, 이번 새만금 잼버리에서 안전관리 매뉴얼이 왜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새만금에서 개최되는 ‘2023년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의 청소년 국제행사이며, 참가자가 4만 3천여 명에 1천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 메가 이벤트(mega event)이다. 간척지인 새만금은 나무도 심을 수 없는 허허벌판으로 높은 습도와 폭염을 피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잼버리 개영식에서 1백 명이 넘는 온열 환자가 쏟아져 나오고, 대회개최 직전 폭우로 인해 대회장 곳곳이 물웅덩이와 습지로 변했다. 폭염의 날씨에 모기와 화상 벌레 등이 창궐하여 벌레물림 환자와 피부발진 환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조직위원회의 미숙한 운영에 ‘생존게임’ ‘난민수용소’라는 조롱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음식으로 제공한 구운 달걀에 곰팡이가 피는 등 급식이 상하거나 부실하여 빈축을 샀다. 결국 세계스카우트연맹은 대회의 조기 종료를 조직위원회에 요청하였고, 이번 잼버리에 가장 많은 4천500명이 참가한 영국과 1천200명의 미국 대원들은 대회장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게다가 여자 샤워실의 성범죄 사건과 관련하여 조직위의 미온적인 처리로 국내 스카우트단체 80명이 퇴소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뒤늦게 수습에 나선 정부는 대회를 중단하지 않고 계획대로 진행하되, 폭염을 고려해 다른 지역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관광프로그램을 긴급 신설하고 냉방 버스를 제공하며 폭염과 불편한 편의시설에 대해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세계인이 모이는 국제행사를 치르면서 부실한 준비와 미숙한 운영이 현실로 나타난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대회 준비를 위한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의 부재라고 판단된다. 사고가 터지자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안전관리와 대회 진행을 책임지겠다고 한다.
실무업무는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준비한 것으로 지자체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5명의 공동조직위원장 중에는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포함되어 있어 지자체 책임론은 모순적이다. 누군가 총괄 조직위원장을 맡아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공동조직위원장이 3명으로 누구도 책임을 질 수 없는 조직이다. 심지어 전북 도지사는 집행위원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지만, 조직위 통합기구표에 어떤 역할을 하지는 표기조차 없다.
둘째, 대회 준비를 위해 사전점검을 시행한 후 문제점에 대한 조치나 대비책이 매우 미흡해 보인다. 조직위원회는 매립지인 잼버리 부지에 대한 사전 훈련으로 6월 중순 2박 3일간 ‘미니 잼버리’를 개최했으며, 그 후 6월 하순과 7월 초순에도 수시로 점검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런데도 비위생적 화장실, 훤히 보이는 샤워장 같은 기본적인 야영 인프라 문제의 대비책도 챙기지 못했다. 지난 2015년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열린 잼버리 대회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모양새다. 당시 일본은 낮 기온이 35~40도에 육박하고 습도가 80%까지 치솟으며 열사병, 탈수, 피부 화상 등으로 환자들이 속출했다.
셋째, 안전관리 매뉴얼의 부실과 매뉴얼의 작동 불능이라는 판단이다. 조직위원회 조직도에는 ‘안전본부’가 있고 본부 산하에 5개의 부서로 구성돼 있다. 이중 ‘위기관리부’와 ‘영지안전부’가 대회의 안전관리에 대한 실무 책임을 맡는 부서로 보인다. 분명히 담당 부서가 배치돼 있고, 대회를 위한 안전관리 매뉴얼도 당연히 준비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간척지 광야에서 폭우와 폭염, 모기와 날벌레 등의 문제는 잼버리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심각한 상황으로 나타났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했을 안전관리 매뉴얼의 기능이 마비되고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작동 불능의 상태가 되어 버렸다.
약 10조 원에 이르는 경제적 파급효과 외에도 국가 이미지의 제고 효과를 기대했던 새만금 잼버리가 오히려 국가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주고 국격마저 추락하게 하였다. 더군다나 작년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해 한국의 대외적인 안전 이미지가 엄청난 타격을 입었는데 이번 사태가 더욱 부추기고 있다. 또한 새만금 잼버리의 미숙한 준비와 무너진 위기관리는 4개월밖에 남지 않은 2030년 세계엑스포의 개최지 결정 투표와 관련하여 경쟁 도시에 빌미를 주어 부산 유치가 불리하거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지 염려가 앞선다.
새만금 잼버리와 같은 초대형 국제행사는 하나의 프로젝트 단위로서 과정 관리가 아주 중요하다. 행사는 기획부터 실행에 이르는 단위 프로젝트로서 인사·조직·재무·조달·마케팅·커뮤니케이션·운영 등의 과정을 포함한다. 일단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진행 과정 중의 어느 한 부분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는 행사 전체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렇듯 국제행사는 수많은 리스크(risk)에 쉽게 노출되어 있으며 잠재적인 취약점을 내포하고 있다. 리스크로 인한 사고의 피해는 인명과 재산에 대한 손실이 가장 크며, 작은 사고라도 외부에 알려지거나 기사화가 되면 행사는 물론 개최국 이미지 손상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행사를 준비하는 조직위원회와 모든 스태프는 안전관리에 대해 충분한 관심과 사전 예방대책을 수립하고, 치밀하고 세부적으로 준비된 안전관리 매뉴얼에 따라 잠재적인 문제를 대비하고 대응하는 것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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